지켜낸 시간, 다시 태어난 밥상 – 조광효 셰프의 ‘묵은지 해방밥’
조용하지만 단단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요리사 조광효 셰프. 그는 이번 광복 80주년 미식축제에서 ‘묵은지 해방밥’이라는 이름의 음식을 통해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한 역사와 감정을 정갈하게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묵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쉬지 않고, 밥은 변함없이 삶의 중심이었다. 그 두 가지가 만나 하나가 된 밥상. 그는 이 요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해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다들 다시 밥을 지으면서 시작했어요.”
🍚 묵은지와 밥, 그리고 인간의 생존력
조광효 셰프의 해방밥은 아주 단순한 구성이다. 오래 숙성된 묵은지를 얇게 찢어 들기름에 달달 볶고, 그 위에 고슬한 밥을 얹어 다시 쓱쓱 비빈다. 간은 최소한, 조미료도 없다. 그러나 그 맛은 놀라울 정도로 깊고 절제되어 있다.
이 음식은 격정적인 광복의 순간보다, 그 이후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단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 현실을 견디게 했던 힘이 바로 이 ‘묵은지 한 조각, 밥 한 숟가락’이었다는 것을.
👨🍳 조광효 셰프, 침묵을 요리로 바꾸는 사람
조광효 셰프는 재료와 시간을 존중하는 요리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언제나 ‘기다림’에 대해 말한다. “음식은 기다릴수록 깊어진다. 사람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다.” 그래서 그는 숙성, 절임, 발효 같은 전통 조리법을 집요하게 다듬어왔다.
이번 광복 80주년 행사에서도 그가 택한 ‘묵은지’는 단지 재료가 아니라 시간을 견디며 변화를 받아들인 존재였다. 그것은 곧 해방 이후의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 말보다 오래 남는 위로
조광효 셰프의 해방밥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소박함은 마치 오랜 침묵 끝에 건네는 한마디 위로처럼 느껴진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그의 음식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만큼 살아냈다고, 참 잘했다고.”
2025년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어떤 밥을 지었나요? 누구를 위해, 어떤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었나요? 조광효 셰프의 묵은지 해방밥은 우리로 하여금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광복 80년, 그리고 우리의 밥상. 가장 깊은 이야기는 결국 말이 아니라, 음식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